본문 바로가기
일본이야기

일본여성 ' 김치담아먹을래요'

by 인생의꽃 2011. 11. 29.
반응형
일본여성 ' 김치담아먹을래요'

도쿄 인근서 열린 '김장 축제'에 150명 몰려

(히다카 < 일본 사이타마현 > =연합뉴스) 이충원 특파원 = "배추에 이렇게 양념을 듬뿍 발라주세요. 예쁘게 화장을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. 앞·뒤쪽 모두 양념으로 화장을 해주세요."

27일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(埼玉)현 히다카(日高)시의 고마(高麗.고려)신사 뒤뜰. 이곳에 모인 일본 여성 150여명이 한 한국인 여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었다.


 

이 한국인 여성은 전북 전주의 '전라도 김치 아카데미' 원장 안명자(56)씨. 손에 든 마이크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전라도식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담그는 방법을 설명하고 틈틈이 시범을 보였다.

이날 행사는 안 원장이 2008년부터 매년 초겨울에 고려신사 뒤뜰에서 개최해온 제4회 '김장 축제'였다. 고려신사는 1천300년 전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만들었다.

신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'도래인(渡來人.한반도에서 온 이들)'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, 한국 문화와 전통을 소중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.

안 원장의 설명을 듣는 일본 여성들은 사이타마현은 물론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도쿄에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이들이다. 도쿄에서 온 한 50대 아주머니는 "오전 11시에 시작하는 행사에 늦지 않으려고 어젯밤은 사이타마에서 잤다"고 말했다.

이 중에는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은 이들이나 중년 남성이나 젊은 부부도 있었고, 150명 정원에 끼지 못한 2∼3명은 주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하고 있었다.

이들이 이처럼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. 그 이유는 물론 사먹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쪽이 비용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.

일본인 중 상당수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에 섞인 마늘 냄새를 싫어했지만, 최근에는 식사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반찬으로 내놓을 정도로 김치의 맛에 푹 빠져 있다.

도쿄 신오쿠보(新大久保)의 한국 관련 유통 매장에는 멀리 오사카에서도 김장 재료를 구하러 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.

김치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김장을 하는 한국 풍습이 좋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. 안 원장과 함께 이 행사를 주최한 기쿠치 아키코(菊池亞希子.64) 일한(日韓)식문화연구회 회장은 "일본인이 어느새 잃어버린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아끼는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"며 "김치도 이제 일본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됐다"고 말했다.

아닌게 아니라 일본 아주머니들은 김치를 만드는 틈틈이 수다를 떨거나 걸그룹 카라(KARA)의 춤까지 추는 등 김장철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. 한 아주머니는 "일본인들도 예전에는 이렇게 모두 모여서 '와'하고 떠들면서 뭔가 만들었지만, 지금은 이런 문화가 없다"며 "함께 김치를 만들면 우울증에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"고 말했다.

2005년부터 히다카시를 중심으로 김치 보급 사업을 펼쳐온 안 원장도 이처럼 열렬한 반응에는 놀랐다는 표정이었다.

그는 "김치에 관한 한 이제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보다 더 열심인 것 같다"며 "2008년 첫 행사 때에는 100명이라도 모이려나 걱정했는데, 이제는 일본 언론이나 유통 업체도 관심을 보인다"고 기뻐했다.

chungwon@yna.co.kr

반응형

댓글0